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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common day




창문을 타고 넘어온 선선한 바람이 머리칼을 건드렸다. 담요를 끌어당겨 드러난 맨 살을 가린다. 매끈한 다리가 빨간 담요에 가려지고, 그 밑으로 청년의 손이 불쑥 들어간다. 움찔, 갑자기 침범한 차가운 손에 놀란 청년이 다리를 파드득 떨었다. 다리 사이를 간질이는 손길에 청년은 살짝 한숨을 뱉는다.

타카오. 청년을 노려보는 눈빛이 꽤나 매섭다. 하지만 청년은 묘한 눈빛으로 되려 씨익 웃으면서 나머지 손까지 담요 밑을 향한다. 청년이 애써 그 손길을 피해보려 하지만, 5평 남짓한 작은 자취방 안에서 청년이 도망갈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일본인들은 다 그래?
...응?
다 그렇게 변태야?
에? 그냥 내가 변태인 거야.

서툰 발음으로 일본어를 하는 청년을 타카오가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타카오의 뒤로 햇빛이 비춘다. 청년은 눈부신 햇빛에 가려진 타카오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꺼진 형광등과, 어두운 자취방 안에 쏟아지는 햇빛이 청년들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청년은 타카오의 손을 뿌리치려던 발재간을 멈추고, 어느새 타카오의 손을 끌어 손가락을 핥아내고 있다. 타카오는 손가락에 감겨드는 혀의 촉감이 싫지 않았다. 타카오가 청년의 코 끝을 다른 손가락으로 톡 치면 확 물러서서 째려보는 시선이 얄궂어 웃음이 나왔다.

너도 이제 한국어 배워.
왜?
내일부터 일본어 안 쓸 거니까.
나 놀리는 거야?

벌떡 일어난 청년이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 입는다. 타카오도 청년을 따라 일어났다. 살짝 타카오를 째려본 청년이 타카오의 손을 이끌어 밖으로 향한다. 나도 한국어 꽤 알아듣는데. 하지만 타카오는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한다. 청년이 얄밉다는 듯이 째려보는 게 퍽 귀여웠다. 아마 내가 한국어를 대충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청년이 한국어로 욕을 하거나 혼잣말을 하기도 하는데, 내가 단어 하나도 못 알아듣는 줄 알고 그러는 것이다. 그럴때면 확 대답을 해버릴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어눌한 한국어가 부끄러워 금방 생각을 지우곤 한다. 수업 가기가 싫은지, 시무룩한 표정의 청년의 머리칼을 정리하고 뒷통수에 입을 맞추곤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