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2017. 10. 7.
[퀵바튼] FAST, FAST, FAST!
아득한 광경이었다. 죽기 전의 나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느릿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런 나를 쳐다보던 그 눈동자. 그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마주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느리게 흘러가던지, 아예 멈추어버린 건 아닌가 두려워질 정도로 길고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아득하게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러운 순간과 억겁의 순간을 버텨내는 그러한 과정 속에, 나는 현실의 내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인지할 수조차 없었다. 죽었을까? 죽었겠지. 징그럽게도 내 삶이 싫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그 초인적인 능력이 내게 축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나라고 빠른 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걸 항상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