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연약하기만 한 인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후회된 적이 언제였던가.
내 연인의 몸이 반 쯤 찢겨져나갔을 때, 나는 느꼈다.
짙은 무력감.
내 온몸을 빠짐없이 감싸는 고철 덩어리가 아니고서는 내 연인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과 그 사실로 인한 무력감은 남은 내 인생을 좀먹기에 충분했다. 고통에 차오른 눈물조차도 차마 떨어트리지 못하고 마지막 숨을 내뱉은 내 연인을, 내 눈 앞에서 떠나보냈다. 일그러진 얼굴조차도 펴지 못하고 그렇게 그대로 멈춰버린 내 연인을. 그렇게 참혹한 모습으로.
너는 연약한 몸을 가진 인간이었고, 그건 나도 그랬다. 나는 너를 지키려했지만, 내 고철 덩어리가 움직이는 시간과 너의 몸이 꿰뚫리는 시간은 비슷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 적용되는 과학은 언제나 옳았다.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건 아무리 인간이 따라잡으려 해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에 네 흔적이 남았다. 내 집 이곳저곳에, 가구 하나하나에, 유리잔 하나하나에, 네가 있었던 모든 곳에 네 흔적이 남았다. 피투성이인 손으로 어떻게든 내게 닿으려 애쓰던 너의 모습이 내 기억에 남았다. 너는 그렇게 남았는데, 정작 내게 남은 건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너 없이도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더이상 고철 덩어리를 만들지도, 그걸 내 몸에 둘러싸지도 않는다. 그걸 보면 내 연인이 생각나, 그 고통스럽던 마지막 순간만이 떠올라 내 세상을 감싼다. 차라리 다 잊어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내 연인의 눈동자는 끝까지 나를 좇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내 연인은 무방비한 내 등 뒤에서 위협하는 적들을 찔렀다. 마지막까지도 내 연인으로 남았다. 그렇게 끝까지 나만을 위하는 모습으로.
내 연인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애써 안 그런 척을 해도, 그게 눈에 보이는 사람이었다. 참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질투를 해도, 화를 내도, 귀찮게 해도, 어떻게 괴롭혀도 화내지 않고 유하게 넘어가던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 행동만 봐도, 내 연인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세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내 연인 하나 없을 뿐인데, 완전히 파괴되고, 부서지고, 사라졌다. 내게 남은 것이 없다. 내 연인이 고통스럽게 울던 그 자리가 바로 내가 살던 곳이라는 게 참 웃기다. 공개된 내 사생활이, 내 연인을 죽게 만들었다. 지금은 깨끗하게 정리된 곳이지만, 아직도 나는 그 순간의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여기저기서 터지던 폭탄의 화약 냄새와 동시에 퍼지는 내 연인의 피비린내까지도.
아직도 이 곳에 서 있으면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폭탄 터지는 소리가 귓속에서 울린다. 다시금 느껴지는 짙은 무력감이, 또다시 내 세계를 무너뜨리고, 부수고, 찢어낸다. 그리고 나는 내 연인이 마지막 숨을 뱉어냈던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찢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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