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퀵바튼] FAST, FAST, FAST!






아득한 광경이었다.

죽기 전의 나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느릿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런 나를 쳐다보던 그 눈동자.


그 눈동자와 내 눈동자가 마주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느리게 흘러가던지, 아예 멈추어버린 건 아닌가 두려워질 정도로 길고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아득하게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러운 순간과 억겁의 순간을 버텨내는 그러한 과정 속에, 나는 현실의 내가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인지할 수조차 없었다.


죽었을까?

죽었겠지.


징그럽게도 내 삶이 싫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그 초인적인 능력이 내게 축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았다. 나라고 빠른 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걸 항상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현실 속에서, 나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나와는 생각이 조금 다른 동생과 함께하면서, 나는 기댈 곳이 없었다. 동생마저도 나와 의견과 생각을 나눈다기보다는 그저 함께하는 사람일뿐이었다. 혈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그랬다.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동생도 그랬을 것이다.

느리기만 한 세상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세상 모든 것을 밀어내려고만 애쓰는, 그저 유일한 혈육인 내 동생만을 지키려 애쓰던 나는 고독한 사람이었다.

사실 되돌아보면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내가 차츰 변하게 된 것도 믿지 않았던 그를 믿게 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생각이 길어진다. 끝까지 제 몸보다는 다른 사람을 지키려 하던 그 모습이 보인다. 결국 마지막에는 나 또한 그랬지만. 꼭 그랬어야만 했나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들지만, 이내 다시 돌아가도 그랬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그게, 사실은 사랑이었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걸까.


살고 싶다. 살고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내 운명을 예감하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은 정말 살고 싶었다. 알지 못할 눈빛으로 죽기 직전의 나를 쳐다보는 그를 한 발짝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나는 죽음이 두려워 울었다.

내가 왜 더 다가가지 못했을까, 왜 모진 말들만 쏟아냈을까, 왜 더 살갑게 대해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못된 행동만 했던 기억만 떠오른다. 마지막까지도, 그저 미안한 기억 뿐이다.

느리게 흘러가다 못해 공기 중의 먼지마저도 그 움직임을 멈춘다. 내가 그 동안 너무 빠르게만 살아와서, 계속 이런 장면만 느리게 지나가나보다. 제일 아팠던, 인생에서 제일 슬펐던 순간만 보여주나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멋있는 말을 해주면 좋았을 걸.

할 말도 참 많았고,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았고, 하고 싶은데 못 한 말도 너무 많았다. 동생도 잘 부탁한다고 하고, 챙겨줘서 고마웠다고도 말하고, 나 대신 행복하게 잘 살라고도 하고... 어쩌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당신을 사랑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저 말 몇 마디 못했을 뿐인데, 내 삶엔 후회만 가득 남았다. 고작 그 뿐인데, 왜 이렇게도 가슴이 아플까.

참 짧았다. 당신을 사랑한 삶은 너무도 빠르고, 짧았다. 그래서 더 행복했던 걸까. 그는, 끝 없는 울음 끝에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니/] Untitled  (0) 2017.08.19
[토니바튼] Beautiful Romance  (0) 2016.12.12
[토니/바튼] Beside Me  (0) 2016.09.03
[토니바튼] 쉴드 붕괴 후 경호원이 된 바튼  (5) 201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