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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격 클린트 바튼 치유물

+) 실제 다중인격, 즉 해리성 정체 장애와 관련된 사실과 이 글의 내용은 전혀 연관이 없으며, 픽션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대사나 표현이 오글거릴 수 있으니 읽는 동안 우울하고 슬픈노래 여러 곡을 꼭 지참하세요 꼭...!

























바튼이가 굳이 쉴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위장 연기를 잘 했다고 치자. 서커스에 있던 것 때문에 안 기뻐도 기쁜 척을 자주 하게 되고,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도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 자기 감정을 숨기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면서 감정 제어나 연기도 자연스러워지고 그러는 거.

그러다가 쉴드에 들어와서 위장 임무도 여러번 맡아보고 그러니까 연기가 점점 다양해지고, 잘 하게 됨. IMF 브랜트나 스왓 갬블, 형사 월시 등 장기 임무 뿐만 아니라 신분을 속이는 일까지 하면 엄청 다양한 성격의 사람을 연기했겠지. 그런데 점점 자기의 진짜 모습인 클린트 바튼을 잃어가는 거임. 위장 임무가 길어지게 되면 자기 자신도 헷갈릴 정도로 위장 신분에 빠져들어버리는 거임. 탑을 너무 높이 쌓으면 어느 순간 붕괴되는 것처럼.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고, 가끔은 감정 제어가 안된다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거지. 바튼이 아닌 갬블의 인격이 나와버려서 욕을 서슴없이 한다던가, 진짜 브랜트가 쉴드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왜 내가 여기에 있죠? 이런 말을 하기도 했음. 다중 인격이라도 된 것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바튼은 쉴드로부터 휴직과 같은 장기 휴가를 받게 됨. 하지만 혼자 있으면 더 악화될 것 같으니까 바튼과 가장 친한 나타샤가 자주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타샤도 쉴드 소속이라 바쁘니까 나타샤가 다른 일로 바쁠 때는 시간 있는 어벤 멤버가 돌아가면서 바튼이 진짜 바튼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주는 거임.




캡틴이 바튼이를 맡을 땐, 바튼은 캡틴이 자기를 불쌍하게 여기고 연민의 눈빛으로 보고 있는 거 같으니까 갑자기 갬블 인격이 나와서 자기를 그딴 식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화낼 때도 있었음. 그러나 곧 다시 바튼으로 돌아와서 캡틴한테 표정이 왜 그러냐고, 자기가 화냈냐고 물어보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겠지. 그럼 캡틴은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서 달래주고.

나타샤는 평소처럼 장난치면서 놀다가 갑자기 다른 인격 나오면, 멱살도 잡고 의외로 강하게 나가면서 때릴 기세로 정신 차리라고 함. 그럴 때 브랜트나 애론의 인격이 나오면 바튼이는 상대방이 자기를 위협하니까 오히려 나타샤를 넘어뜨리면서 제압하는 거. 바튼이가 자기를 못 알아보니까 나타샤는 마음이 이상하겠지. 자기도 모르게 약간 울먹거리면서 내가 알던 클린트로 돌아오라고 하는 게 보고싶다. 외강내유도 좋다ㅠㅠㅠㅠ 그 와중에 바튼이는 다른 인격이니까 나는 너 같은 사람 모른다고 차갑게 내뱉는 거...ㅠㅠㅠ

배너는 한 없이 다정하게 해줄 것 같음. 어디 불편한 데 없냐고 물어보고 하고 싶은 거나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보고. 그 때마다 바튼이는 그런 거 없다고 말하겠지. 있어봐야 물이나 마시고 싶네요, 그러고. 그럼 배너는 물 말고 차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겠지. 바튼이는 그럼 감사하죠, 라고 대답하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눔. 그러다가 애론의 인격이 나와버리면 바튼의 눈은 방 안을 하염없이 방황하곤 했음. 배너를 쳐다봤다가,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있는지 힐끔힐끔대면서 찾아보다가, 다시 배너를 쳐다보면서 당신 정신과 의사냐고 물어보겠지. 차 만들고 있던 배너가 당황해서 아니라고 말하면, 애론 인격의 바튼은 다시 이건 시험인가요? 라고 불안한 눈빛으로 배너를 쳐다보면서 말했음. 배너는 아니라면서 마음 놓으라고 말했음. 그러나 여전히 바튼은 길 잃은 사람처럼 힘겹게 눈을 깜빡이면서 배너와 방 안을 번갈아 보면서 의사도 아니고, 시험도 아니라면 자기를 왜 여기로 데리고 왔냐고 물었지만 배너는 쉽게 답을 주지 못하겠지.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니까...ㅠㅠ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토니가 맡는 게 가장 불안하게 느껴지겠지. 바튼이 많이 참을 수는 있다지만, 설령 갬블 인격이라도 나오면 둘 다 한 성격 하니까 무조건 앞뒤 안 재고 싸우겠다 싶어서 캡틴이나 배너나 꼭 누군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성이고 있겠지. 다행히 토니랑 있을 때는 갬블 인격은 안 나왔음. 그런데 토니가 바튼 얘기를 혼자 주절주절하다가 브랜트 인격이 나와서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능글능글하게 섹드립도 전부 잘 받아주고 자기도 드립 쳐주고 잘 웃고 농담도 잘 하고 그러니까 토니가 은근히 재밌어 하는 거. 토니한텐 영 무뚝뚝하던 바튼이었으니까 더 관심이 갔음.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까 윌리엄 브랜트래. 그렇게 토니랑 둘이 농담 하면서 재밌게 놀다 보니까 바튼도 브랜트 성격으로 점점 굳어지게 되는 거지. 토니 때문에. 원래 목적이 위장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클린트 바튼으로 돌아오는 건데, 토니가 무심코 I think I like you, 라고 해버린 거임. 그걸 듣고 바튼보다는 브랜트를 더 좋아하는구나, 라고 느낀 바튼은 브랜트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임.


더 심각해진 걸 느낀 게, 바튼이 윌리엄 혹은 브랜트라고 불러야 반응하고, 클린트나 바튼이라고 부르면 대답을 안 하는 거임. 클린트나 바튼이라고 부르면 왜 대답 안하냐고 물어보니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는 윌리엄 브랜트라고 대답을 하는 거지. 어떻게 된 건지 자꾸 캐물으니까 저 토니 스타크라는 사람이 날 마음에 들어해요, 그러니 날 클린트나 바튼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라고 하는 거임. 그 이후로는 다른 인격은 자주 나오지 않았고, 나와봐야 아주 짧은 시간 뿐이었음. 짧으면 3분이고, 길어봐야 10분 정도.

쉴드가 아주 발칵 뒤집혔어. 어벤이들부터 퓨리, 힐, 콜슨까지 알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페퍼까지 알게되었음. 토니는 어벤이들과 쉴드, 페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었지. 그 중에서도 나타샤가 엄청 뭐라고 했음. 책임지고 바튼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부터 시작해서 바튼이 어찌되건 당신부터 죽여버려야겠다까지, 결국엔 죽여버리고 싶다로 끝났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토니가 책임지고 바튼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함. 일단 타워로 데려가야겠다 싶겠지. 쉴드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했고, 어차피 쉴드에 있어봤자 언제 어느 인격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사람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자기도 별 도리가 없기는 하지만 유명한 정신과 의사들을 알아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을 하겠지. 그런데 바튼이는 진전이 없었음. 여전히 브랜트라고 불러야 대답을 했고, 바튼의 인격으로 마주할 수 있는 때는 거의 없었어. 애론이든, 브랜트든, 갬블이든, 월시든 가리지 않고 바튼의 인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인격들이 토니와 의사들을 적대적으로 대했지. 하루는 갬블의 인격이 나오면서 타워에서 탈출하려다가 추락해 하마터면 죽을 뻔한 적도 있었고, 또 하루는 애론의 인격이 나오면서 토니에게 반항하다가 토니를 지키려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밀쳐져 기절해버린 적도 있었지. 이러나저러나 바튼의 몸에는 상처가 끊이지 않았음.

토니가 바튼으로 돌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이런 거 때문임. 다른 인격이 나오니까 자꾸 탈출하려고 하고, 토니를 적대적으로 대하고, 자기를 바튼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는 브랜트다, 갬블이다, 월시다, 하면서 각각 다른 자기 인격을 강하게 어필하는 거지. 도저히 못 견디겠는거지. 하지만 그럴수록 토니는 무조건 바튼 혹은 클린트라고 불렀음. 가끔 진짜 바튼으로 돌아왔을 때, 토니는 잠깐이라도 돌아와서 고맙다고 끌어안고 싶을 정도였음. 그런데 바튼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게 앉아있을 뿐임. 다른 인격들처럼 자기를 어필하거나, 나가려고 하거나, 화내지 않았음. 그저 멍하니 앉아 있다가 토니가 자기를 부르면 천천히 쳐다보고, 나지막히 미안하다고 얘기했지. 토니가 다시 바튼을 불렀을 때는 이미 다른 인격으로 돌아가있을 때였음. 그게 두어 번 반복이 되니, 토니도 속으로는 절망하고 있었지. 그런 피폐해진 모습이라도 좋으니 계속 바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




모두가 지쳐갈 때 쯤, 참지 못한 토니가 브랜트의 인격에게 화를 내버렸음. 그 날도 브랜트의 인격은 자기를 바튼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화를 내고 있었음. 거기에 토니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지. 네가 브랜트라고 하든, 갬블이라고 하든, 애론인지 킷섬인지 여튼 뭐라고 하든 간에, 나는 널 클린트 바튼이라고 부를 거야. 내가 알고 있는 너는 다른 누구도 아닌 클린트 바튼이고, 그건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고. 그러니 그런 만들어낸 거짓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와. 브랜트의 말은 무시하고 쉬지 않고 뱉어낸 말에 브랜트의 인격은 싸늘하게 토니를 노려보았음. 그러다가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다리를 꼬았지.

거의 다 끝난 게임이야, 스타크.

어느새 그에게서 존댓말은 찾아볼 수 없었음. 브랜트가 좋은 거 같다고 무심코 말해버린 그 날 이후로 마주 앉아서 하는 차분한 대화는 처음이었지만 그때보다 분위기는 훨씬 차가웠지. 손을 내린 브랜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어.

클린트 바튼은 의지가 없어. 원래 자기의 몸인데도 계속 차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지. 그건 너도 여러번 느낀 거잖아. 그래서 내가 가지려고.
실제로 다른 인격이 처음으로 나오던 날, 다른 인격들은 모두 바튼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자길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주장했어. 그런 주장과는 다른 말이 브랜트의 인격에게서 나오고 있었지. 토니는 브랜트의 말을 멈추게 한 후에 클린트 바튼을 아냐고 물어봤음.

멍청하긴. 바튼이 연기한 게 바로 나인데 어떻게 몰라? 이건 바튼과 우리의 몸이야. 뇌가 똑같으니까 다 기억나지. 다른 놈들까지도 똑같이 연기할 수 있다고.
브랜트의 인격이 하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그는 정말로 다른 인격들의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음. 자주 하는 말이나 습관 같은 것도 전부 알고 있었지. 브랜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어.

이런 걸 알려주는 이유가 뭐야?
오, 스타크. 말했잖아. 거의 끝났다고. 이제 곧 떠나야하니까. 그리고 있잖아, 요즘따라 다른 놈들이 잘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뭐게? 왜냐면 내가 이겼으니까. 난 바튼이 아니라 브랜트야.


토니와 눈을 맞추며 씩 웃는 모습이 바튼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토니는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어. 해답을 내기 위해 혼자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 이대로 바튼이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진짜 로마노프한테 죽겠다, 어쩌면 좋지,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이대로 영영 못 보면 어떡하지. 토니는 여태까지 그가 했던 행동에 화가 나기도 했음.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거지. 바튼이 누군지, 토니가 누군지, 나타샤가 누군지,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딘지 다 알고 있었다는 거 아냐. 그러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했다는 거 아냐. 약간의 분노와 배신감을 비롯해 절망감, 두려움, 슬픔과 막막함이, 더이상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감정들이 토니를 스치고 지나갔음. 그 와중에도 브랜트는 한가로이 쇼파에 앉아 손 장난을 했어. 발로 리듬도 타면서 종종 허밍을 하기도 했지. 토니는 그가 바튼의 얼굴과 몸으로 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도 어색했어. 지금 하고 있는 걸 바튼이 할 리가 없는데.
질문 하나 해도 될까.
그래 좋아, 기꺼이!
바튼은 즐겁게 웃으며 대답했음. 토니는 브랜트랑은 다르게 무표정이었지.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이, 더이상 그 사람이 아니게 되었는데 어떻게 웃겠어.

왜 알면서 모른 척했어?
뭘? ...아, 바튼이 알고있는 것들에 대해서? ...음, 정을 떼려고 그랬어. 하루아침에 생이별하면 슬프잖아.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어.
...바튼도 알까? 지금 바튼이 내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브랜트는 멍하니 가만히 있다가 말을 꺼내는 토니를 보고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들썩거렸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잠깐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지.
글쎄, 그건 잘 몰라. 난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고. 걔는 도통 말을 해주질 않으니까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할걸. ...그래도 혹시 알아? 나도 모르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걔가 듣고 있을지. 그럼 마지막 인사 정도는 남기게 해줄게.

브랜트는 대답을 마치고 금방이라 떠나려는 것처럼 자신이 입고 있던 사복을 벗고 정장을 입기 시작했어. 토니가 보고 있어도 망설임이 없었어. 흰 와이셔츠 단추를 잠그고, 바지를 입고, 벨트를 매고, 새까만 넥타이를 매고, 조끼를 입고, 자켓을 입는 그 모든 동작들이 물 흐르듯이 진행되었어. 그의 몸에 딱 맞는, 깔끔한 검은색 수트를 차려 입은 브랜트의 표정은 매우 편안해보였지. 운동화를 벗어버리고 구두까지 신자 그의 수트가 완성되었어. 토니의 마지막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브랜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주변에 있던 탁자에 살짝 걸터앉았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토니를 바라보면서.

스타크, 바튼이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할 말 없으면 그냥 갈게.

토니가 아무런 말이 없자 브랜트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면서 그를 재촉했어. 사실 바튼이 정말로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어. 토니도 몰랐고, 의사들도 몰랐고, 브랜트조차도 몰랐지. 바튼이 들을 수 없다면 브랜트에게 말을 해 봤자 헛수고겠지.
난 오래 기다렸어. 잘 있어.
브랜트가 바튼의 신분증을 토니의 탁자에 던지고 자기의 신분증만을 지갑에 넣었고, 새로운 휴대전화를 안주머니에 넣었어. 브랜트가 일어났지만 토니가 제지를 했고, 브랜트는 다시 앉았지.
스타크, 많이 배려해줬잖아. 정도 떼려고 했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다 했고, 마지막 인사도 남기게 해줬어. 그러니 빨리 가고 싶은 내 마음도 배려해주면 안 될까.
토니가 다시 그를 쳐다보지만 여전히 바튼의 모습이었음. 당연하게도 그랬지. 아무리 자기를 브랜트라고 우겨도, 아무리 부정해봐도 그 모습은 바튼이었음.

토니는 브랜트의 앞으로 다가갔어. 토니를 올려다보는 눈빛에는 옛날의 바튼은 없겠지. 그저 무표정의, 여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머뭇거리는 토니를 그저 귀찮다고만 생각하는 브랜트의 모습이었어. 하지만 토니는 그 안에는 바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음.

가지마.
...뭐?

토니는 브랜트의 안쪽 어딘가에 있을 바튼을 끌어안았음. 브랜트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였지만 그의 몸은 토니에게 안겨 있었지. 당연하게도, 브랜트는 토니의 등을 토닥여주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어. 그저 가만히 있었지.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하면서 참았음.

Don't leave me, Clint. I need you. I miss you all.

브랜트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어. 토니를 제게서 떼어내려고 손을 토니의 몸에 댔지만 토니는 밀려나지 않았음. 토니는 바튼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계속 했어. 가지마. 보고 싶어. 떠나지마. 네가 필요해. 브랜트보다 네가 훨씬 좋아. 이거 들리면 돌아와줘. 혹여라도 바튼이 한 글자라도 놓칠까봐 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음. 브랜트가 앞에서 무슨 말을 하든 토니는 신경쓰지 않았지.
브랜트가 화난 것처럼 인상을 쓰면서 토니를 밀어냈어. 브랜트는 씩씩대면서 토니를 노려보았지. 토니는 슬픈 눈으로 바튼을 바라보았어. 감정에 북받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목소리로 나지막히 말했어. 말은 못했지만, 널 좋아했어.

그러자 브랜트는 더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급하게 타워를 나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어. 하지만 자비스가 열어주지 않겠지. 바튼이 타워로 올 때, 토니의 허락이 아니라면 혼자서는 타지 못하게 해놨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갬블이 탈출하기 위해 타워 아래로 뛰어내린 거기도 했어.
브랜트는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음. 아까와는 다르게 불안정하고, 화가 나 보였지. 안돼. 싫어. 이제 다 왔는데. 하지마. 나오지마 제발. 브랜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창문 쪽으로 뛰었어. 갬블처럼 뛰어내리려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토니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지. 인공지능 수트는 곧바로 달려가 브랜트가 뛰어내리지 못하게 막았고, 토니는 천천히 브랜트 앞으로 걸어갔음.
브랜트가 토니를 노려보며 자기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토니는 브랜트를 내려다보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음. 여전히 슬픈 눈을 한 채로 브랜트에게 얘기를 하겠지. I didn't anything. 브랜트는 벗어나보려고 하지만 자신을 잡고 있는 게 사람이 아니라서 뿌리칠 수 없었음. 싫다고, 그만하라고 화를 내고 몸부림을 치며 혼잣말을 계속하다 자기 혼자 축 늘어졌지.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그는 분위기가 달라져있었음.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잔잔해진 바다 같았음. 토니가 브랜트를 잡아뒀던 인공지능 수트를 물러나게 하자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그가 고개를 들었지. 바튼의 몸을 차지해 타워를 나갈 생각에 생기가 돌던 브랜트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지만, 바튼이 돌아온 얼굴엔 알지 못할 수심이 맴돌았음. 그의 눈빛이 토니에게로 향하자 슬픈 두개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닿았어. 그렇게 그대로 쳐다볼 수도 있었지. 평소의 토니였다면 장난끼로 가득해 비꼬듯이 그를 비난할 수도 있었어. 평소의 바튼이었다면 금세 토니의 눈빛을 피할 수도 있었음. 그러나 아무도 그러지 않았어. 토니는 바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바튼에게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안았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그러나 대체 왜 그랬냐고 추궁하는 건 필요하지 않았지. 지금 토니는 바튼이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어.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힘든 일들이 자신을 덮쳐왔는지 지나고보니 상상할 수도 없었음. 그래서 그저 원래대로 돌아와준 것만으로 너무도 반갑고, 또 고마웠어. 다시는 떠나지말라고, 그러지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문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음. 자신의 애원과도 같은 속삭임에 돌아와줘서 감격스러웠어. 가슴에서 뭔가가 벅차오르는 느낌이었지. 바튼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토니의 등을 감싸 안았어. 그렇게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죽여 울고 있었어. 울음 때문에 서로의 몸이 덜덜 떨리는 걸 자기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면서, 그렇게 울고만 있었음.




며칠 후 바튼은 다시 쉴드로 복귀했어. 토니가 조금 더 쉬고 가라고 아쉬워하며 말렸지만 바튼은 빠르게 회복했지. 그동안 못했던 인사나 사과를 한 번 안아주는 걸로 대신한 바튼은 예전보다 밝아진 모습으로 다녔음. 바튼이 어떻게 되든 토니를 죽여버리겠다던 나타샤도 바튼의 모습에 그 뜻을 거두었음. 말수도 많아지고, 장난끼도 많아진 모습은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지. 무표정으로 있는 건 똑같았지만 웃기라도 할 때면 훨씬 더 밝게 웃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이 다 좋아질 정도였으니까. 바튼의 사교성은 전과 변함이 없었지만 바튼을 예뻐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은 무수하게 많아졌음. 바튼이 잘 모르는 쉴드 요원들조차 바튼을 좋아할 정도였음. 잠깐 지구에 온 토르도 바튼이 조금 어린애 같아진 것 같다고 한 마디 했었지. 바튼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 척 넘어갈 뿐이었지만.

그렇게 예쁨 받는 바튼이와 모두가 행복해진 어벤이들이 좋다...♡










+) 상상 속의 분위기는 넘나 영화같은 것...★ 필력이 안 되서 다 표현이 안된다는 것...★ 넘나 슬픈것...★ 바튼이 예쁘다 예쁨받는 바튼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