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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바튼] Hunt you 3

오랜만에 왔어요 드디어 끝냈다ㅠㅠ 이 짧은 걸 가지고 질질 끌다니ㅠㅠ 오타 주의하세요 :)





























허니, 오늘도 임무 나가?
전 당신 허니 아닌데요.
허니가 허니지, 그럼 누가 허니야.
...Damn it.
좋은 말을 써야지, 허니.

바튼은 요즘 들어 토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의 의지가 아닌 토니 때문이긴 했지만. 토니는 끈질기게 바튼의 옆에 붙어 있었다. 심지어는 바튼이 임무 중일 때도 옆에 있었다. 바튼은 그를 떼어놓으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지만,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 성공한 때는 바튼의 극히 개인적인 시간이라든가, 잠입이나 위장 같이 혼자 해야만 하는 임무를 할 때라든가 하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 밖에는 없었다. 그런 시간을 제외하고는 토니가 바튼과 함께였다.

그로 인해 바튼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타샤도, 캡틴도, 보다 못한 배너도 그 일에 대해 토니에게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곤 했다. 고쳐지는가 싶으면 다시 돌아오고, 조금 괜찮아지나 싶으면 다시 바튼의 옆에 가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바튼도 체념하고 있었다. 장난 식으로 차라리 어벤져스가 되지 말 걸 그랬다고 농담도 했다. 그동안은 꽤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바튼의 거친 면이 튀어나온 것은 토니의 행동 때문이라는 데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바튼이 거칠게 무력을 쓸 만큼 화를 낼 상황이 오지 않도록 토니는 더욱 능글맞아졌다. 그런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고, 그 날까지도 그랬다.

"토니, 이젠 가라고 말하기도 지겹네요."
"그럼 말 하지마. 그냥 옆에만 있을게."
"방해하는 거 같은데요."
"허니를 지켜주는 거야."
"이번엔 별로 위험한 것도 아니거든요."

옥상 위에 서 있는 토니와 바튼은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했다. 토니는 바튼에게 정신이 팔렸고, 바튼은 토니를 신경 쓰다가 아래에서 바튼을 향해 겨눠진 총을 인지하지 못했다. 총알은 그대로 발사되어 날아와 바튼의 팔뚝을 지나갔고, 아이언맨 수트에 피가 후두둑 튀었다. 토니는 그 순간이, 굉장히 느리게 보였다.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눈 앞에서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피가 생생했다. 그리고 바튼이 제 팔뚝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토니는 그제서야 방금 펼쳐진 상황이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바튼은 쉴드로 돌아가 치료를 받았다. 도중에 잠이 들었다가 깬 바튼은,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날을 맞이하고 있었다. 뭐가 달라진 건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옆에 나타샤와 담당 의사가 있었음에도 상당히 조용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바튼은 빠르게 회복한 후 평소와 다름 없이 생활했다. 둥지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거나, 무기를 손질하고, 훈련하고, 운동하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그에게는 지극히도 평범한 생활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이 항상 바튼의 주위를 맴돌았다. 혼자 멍하니 앉아 사색에 잠길 때면,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쓰렸다.

토니는 바튼을 피해다녔다. 한동안은 쉴드에도 찾아가지 않았고, 가끔 퓨리가 만나자고 할 때에도 영상 통화로 대신하기 일쑤였다. 자기가 방해했기 때문에 다쳤다는 생각이 계속되었고, 그 날 이후로 토니가 바튼을 피해다닌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토니는 바튼이 쓰러지던 광경을 조금도 잊어버리지 못했다.
그 장면이 토니의 꿈에 나오기 시작했을 때, 보다 못한 페퍼가 콜슨의 도움을 받아 토니를 쉴드로 밀어넣었다. 바튼 요원이랑 사귀든 화해를 하든 대화를 하든 뭘 하든 일단 만나고 오기 전까진 일을 하거나 타워에 들어올 생각 말라고 하고서. 콜슨이 직접 토니를 바튼이 있는 둥지 앞까지 데려다줬지만 바튼의 뭐냐는 듯한 얼굴을 보고도 쉽게 말을 하지 못했고, 결국 황급히 발을 돌리고 말았다.

"콜슨, 뭐하는 거에요?"
"아, 요즘 바튼 요원을 피하고 있어서요. 데려다줘도 저러네요."
"토니가 절 피해요?"
"몰랐어요? Oh god, 그럼 한 달 동안 뭘 한 건지. 바튼 요원이 좀 도와주세요."

바튼은 콜슨에게서 토니의 상황을 듣고서야 토니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바튼은 오히려 토니를 안쓰러워하면서 지나가다 토니를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려고 다가갔다. 그러나 토니는 바튼을 보자마자 놀라서 도망가곤 했다. 우연인진 몰라도 항상 그 옆에 있던 콜슨이 도망가는 토니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실패예요, 콜슨. 바튼은 콜슨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바튼을 눈에 띄게 피하는 토니를 본 것이 콜슨 뿐만은 아니여서, 소문은 꽤 빠르게 쉴드 내를 돌았다. 그러나 바튼을 마음 편하게 놀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난과 시선은 토니를 향했고, 토니는 바튼의 이야기만 나와도 다른 얘기로 넘어가면서 피하기 바빴다. 회의실로 들어서다 바튼이 앉아있는 걸 보고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다며 자연스럽게 빠져나간 적도 있었고, 퓨리에게 갔다가 같이 있는 바튼을 보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나가버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피해버리는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수 밖에.

소문 같은 건 바튼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내 인생은 내 인생이었고, 소문을 퍼뜨리는 건 저들 인생이었으니까. 소문이나 시선 따위는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토니가 자신을 티가 나게 피하는 건 상당히 거슬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바튼은 답답한 토니 대신에 자기가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요즘 토니의 주변에서 자주 보이던 콜슨도 기꺼이 함께했다. 토니의 경로와 행방은 자비스의 도움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자기 주인이 열심히 피하고 있는 사람을 도와줄까, 농담처럼 웃던 둘은 안 도와주고 토니에게 피하라고 알려줘도 괜찮냐는 자비스의 말에 금세 입을 다물었다.
토니가 퓨리에게 가 있는 동안 콜슨과 바튼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토니는 대화를 마쳤고, 미련 없이 걸어나가 문을 열었을 때 콜슨과 바튼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토니는 당황해서 황급히 다시 문을 닫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상황을 뒤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던 퓨리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토니 대신에 문을 열었고, 그 앞에 서 있는 바튼의 눈치를 보다가,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콜슨과 여전히 굳어 있는 토니의 옆을 유유히 지나가 나가버렸다. 금세 조성되는 어색한 분위기에 토니를 노려보기만 하는 바튼을 대신해 콜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바튼 요원, 오랜만인데 인사라도 해요. 그 말에 바튼이 고개를 돌려 콜슨을 바라보았고,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한 생각보다 사나운 눈빛에 콜슨은 멋쩍게 웃으며 사과를 했다. 바튼이 토니를 쳐다보자 토니는 그제서야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어, 바튼, 안녕. 오랜만이야. 내가 그 동안은 좀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었어. 그러니까 음, 오해는 하지 말-"
"날 왜 피해 다녀요?"

옆에서 가만히 서서 듣고 있던 콜슨은 드디어 풀리는 답답함에 저도 모르게 아,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에 토니와 바튼이 동시에 저를 쳐다봤고, 콜슨은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한 것에 대해서 또다시 손을 살짝 들어올려 사과를 해야만 했다. 오히려 토니는 지금만큼은 방해받는 걸 더 간절히 바라고 있을 테지만.

"아냐, 피해다닌 게 아니라, 어... 맞아. 미안해."
"왜 피해다니냐고요."
"다치게 해서 미안해. 미안하다고."

바튼은 토니의 말에 인상을 쓰면서 한숨을 뱉었다. 바튼의 언성이 높아질 거라는 토니의 예상과는 달리 바튼은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토니는 바튼의 눈치를 살피며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콜슨을 쳐다봤지만 콜슨은 도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왜 자기를 보냐는 듯한 눈빛으로 맞대응했다. 이럴 때라도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 심지어 콜슨은 둘이 편하게 대화하라며 자리를 피해준다. 정작 당사자인 토니는 이 대화가 불편해서 얼른 이 자리를 떠나버리고 싶었는데.

"고작 그런 거 때문에 절 피해다녀요?"
"뭐? 고작이라니, 내가 그거 때문에 얼마나 미... 힘들었는데."
"미안했다고요?"
"어떻게 알았...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신경 쓰였어."

바튼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잇새로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나중에는 토니가 그동안 바튼을 봐왔던 모습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웃었다. 그걸 보고 있는 토니는 대체 뭐가 우스운 건지 방금의 대화를 곱씹었다. 바튼이 살짝 맛이 간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날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순 있어도 우습다고는 생각할 순 없을 텐데. 그는 아직도 바튼의 생각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 타워로 돌아가도 되겠네요."
"응? ...잠깐, 그건 어떻게 알았어? 설마 페퍼가 말한거야?!"
"그건 넘어가고, 이제 그냥 토니는 예전처럼 날 대해주면 돼요."
"예전처럼이라니. 뭔 소리야."

토니는 영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랜만에 바튼과 대화를 해서이기도 했고, 바튼과 자신이 관련된 얘기를 여지껏 피하다가 당사자와 얘기하게 되니 조금은 당황스러워서이기도 했다. 예전처럼 요지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고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바튼은 그런 토니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미소를 띄운 채 토니를 쳐다봤다.

"다시 예전처럼 해도 좋다고요. 난 멀쩡하니까 죄책감은 그만 가져도 돼요. 날 따라다니면서, 허니라고 부르고, 장난을 치고, 마냥 웃으면서 쳐다만 봐도 좋아요."
"...갑자기 왜 그래?"
"왜냐면 저도 토니가 좋으니까요."
"What?!"

으, 두 번 얘기하게 하진 말아요 토니. 바튼은 살짝 인상을 쓰고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벙 쪄서 바튼만 쳐다보고 있는 토니를 마주보며 씩 웃는다. 콜슨이 지나갔던 통로로 바튼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뚫어질 듯 보고있는 토니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바튼을 따라갔다. 바튼의 옆에 착 달라붙어서 방금 한 말이 진짜인지 다시금 묻는 말과, 여태 못했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허니, 진짜 허니라고 불러도 돼? 이미 그렇게 부르고 있잖아요. 허니, 내가 그동안 몰래 힐끔힐끔 쳐다봤던 거 알아? 그걸 모르면 저 쉴드 그만둬야돼요, 토니. 그리고 토니는 안 봐도 CCTV로 다 볼 거였잖아요. 아냐, 매일은 아니었어! 그리고 자비스가 그냥 보여준거야! 그러면서 내 파일은 엄청 봤죠? 이렇게 말하니까 집착 같네요. 집착이라니, 사랑이지 사랑. 허니에 대한 사랑이야.

그래도 바튼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토니의 말이 싫지는 않았다. 조용했던 주변이 이제야 시끌시끌해진 기분이 든다. 토니는 다른 쪽에서는 눈치가 빠른데, 이런 쪽에서는 눈치가 아예 없었다. 서툴러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떤 면에서는 소심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도 싫은 건 아니다. 좋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하는 거겠지?

허니, 근데 왜 알면서 나 안 받아준거야?
좀 얄미워서요.
얄미워?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가만히 있다가 그제서야 반응하니까.
뭐야?! 언제부터?!
눈치도 없긴. 제가 일부러 나 좋아하라고 여지를 남겨준 건데.
그럼 그거 유혹한 거 맞아...?
네, 맞아요. 유혹.





HUNT YOU, TONY.